비영리 조직의 그림자: 괴롭힘과 권력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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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의견

비영리 조직과 복지기관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의도로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이 일반 기업에 비하여 적지 않고 오히려 많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후원이 끊기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으로 이를 공론화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사명을 강조하며 직원을 더 압박하고 착취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등의 여러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는 설명합니다.
한국의 복지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리더십도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도 연구에서 밝힌 것과 유사하거나 더 심각한 편입니다. 차라리 영리 기업이 더 공론화되고 외부 개입도 있어서 오히려 개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기도 합니다. 복지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의 불법 행위를 개인의 일탈로 보지 말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리더십을 통해 구조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AI 요약

이 논문은 비영리조직이나 자원봉사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bullying)’과 ‘성희롱(harassment)’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조직들은 ‘착한 일을 한다’, ‘도덕적인 목적이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정말 그런 조직 안에서는 괴롭힘이 별로 없는 걸까? 아니면 그냥 잘 드러나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거죠.

연구 목적
연구자들이 알고 싶었던 건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이런 조직 안에서도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비영리·자원봉사 조직이라는 특성이 괴롭힘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를 위해 기존에 나온 671편의 논문 중 관련된 18편을 꼼꼼히 읽고 분석한 거예요. 논문에선 이 작업을 ‘스코핑 리뷰(scoping review)’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이 분야에서 지금까지 어떤 연구들이 있었는지 지도(map)를 그려보는” 과정입니다.

비영리·자원봉사 조직에서 괴롭힘이 발생하는 이유
연구에서 나온 주요 결과는 “비영리 조직이라고 해서 괴롭힘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하나씩 풀어볼게요.

복잡하고 독특한 권력 관계
비영리조직은 보통 상근 직원, 계약직, 자원봉사자, 이사회처럼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일합니다. 권력의 서열이 딱 정해져 있지 않고, 어떤 경우엔 자원봉사자가 상근직원보다 더 힘이 있기도 해요. 이런 권력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괴롭힘이 발생해도 누가 책임져야 할지 불분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도덕적 명분을 이용한 착취
비영리 조직은 “좋은 일 하는 곳”, “사람을 돕는 곳”이라는 명분이 강하죠. 그런데 이게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특히 헌신적인 사회사업가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사명을 위해 좀 더 참아야지”, “지금 힘든 것도 이용자들을 위해서야” 같은 생각이 퍼져 있어서, 누군가 괴롭힘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결국엔 그 착한 이미지가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장치가 되는 거죠.

지배 권력의 행사
일부 조직에서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괴롭힘을 일삼는 경우도 있어요. 그 권력이 단순한 직책이나 직위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명망이나 대외 이미지 등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요. 이런 구조는 가해자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비대칭적인 권력과 극단적인 의존 관계
비영리조직은 후원금이나 정부 지원금 등 외부 자금에 많이 의존하죠.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밖에 알려져서 후원 끊기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문제를 덮는 문화가 생깁니다. 또, 일하는 사람들도 “이 조직이 망하면 이용자들은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문제 제기를 못 하기도 하고요.

왜 이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가?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 때문에 피해자들이 말하지 않고 조용히 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해요. 이른바 ‘침묵의 문화’죠. 게다가 외부에서는 이런 조직을 “착한 조직”이라고만 보니까,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해도 잘 믿지 않거나 “설마 그 조직에서?” 하는 반응이 많아요. 결국 피해자들은 겉으로 보기엔 좋은 조직 안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겪게 되는 거예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이 문제가 그냥 사람들 사이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논문은 이걸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설명해요. 즉, 조직의 구조, 문화, 자금 구조, 권력 관계가 복합적으로 엉켜서 괴롭힘이 만들어지고 고착된다는 거죠. 그래서 단순히 “가해자만 문제다”라고 할 수 없고, 조직 전체가 바뀌어야 해결된다는 의미입니다.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논문에서 가장 먼저 지적하는 건, 비영리조직이 자기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착한 조직’이라는 이미지와 충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도덕적 이미지 유지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피해자들이 더 상처받고, 조직도 회복력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해법의 첫걸음은,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자각과 정직한 내부 진단입니다. 외부 컨설팅을 받거나, 내부 익명 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경험을 정리하고, 조직 문화에서 괴롭힘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조직 구조와 권력 관계를 다시 짜야 합니다
괴롭힘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사람의 성격보다는 조직 구조와 권력의 배치 방식이에요. 그래서 문제 해결도 사람 교체보다 구조 개편이 먼저라는 거죠.
예를 들어, 상근직, 계약직, 자원봉사자 사이의 역할 혼란을 줄이고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고, 누구는 어떤 결정 권한이 있는지 명확하게 하며
내부 갈등을 조정할 중립적인 통로(예: 내부 고충처리 담당자)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구조 속에서 권력 남용이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핵심입니다.

후원자, 이사회, 관리자도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합니다
논문에서 특히 강조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에요. 비영리조직은 후원자나 이사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들 또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바뀌기 어렵다는 거죠.
후원자에게는 ‘도덕적 이미지’가 아니라 ‘책임 있고 안전한 조직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하고, 이사회는 단순히 회계나 사업성과만 보는 게 아니라 조직 안의 노동환경, 괴롭힘 예방 시스템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조직 전체가 이런 문제를 다룰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외부의 독립적 중재자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예: 업계 연합회, 시민사회 조직 차원의 징계 위원회 등)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해법은 단순한 교육이나 캠페인보다,
① 조직 스스로의 인식 전환,
② 권력 구조의 재설계,
③ 외부 이해관계자의 책임성 강화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게 단기간에 끝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 없이 괴롭힘 문제는 반복되거나, 숨겨지거나,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연구자들은 말하고 있어요.

참고한 논문 : A Scoping Review of Bullying and Harassment in Nonprofit and Voluntary Organizations, Margaret Hodgins, Lisa Pursell, Yariv Itzkovich, Sarah MacCurtain, Charlotte Ray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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