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당사자가 일러 준 접촉 원칙: 같은 시간, 같은 사람, 같은 목소리

섣부른 격려와 낯선 방문

문을 열지 않는 은둔·거부 당사자를 찾아가면 사회사업가는 먼저 무슨 말을 건넬까 하고 궁리하곤 합니다. 문이 닫혀 있으니 전할 수 있는 건 말뿐이므로 말을 통해 어떻게든 마음을 건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문 앞에서 잘 지내시라고, 또 오겠다고, 응원드린다고 말할까 싶기도 합니다. 마음을 담은 말이긴 하지만, 오래 고립된 당사자에게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이런 위로와 응원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찾아뵙는 방식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래 혼자셨던 당사자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두렵고 불안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와서 말을 건네며 만나자고 하면, 그 말이 아무리 따뜻해도 당사자에게는 낯선 상황이 하나 더 펼쳐지는 겁니다. 이런 방식 자체가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일 수 있는 거죠. 그러니 사회사업가가 먼저 궁리할 것은 무슨 말을 할까만이 아니라, 부담이 되지 않게 찾아뵙는 방식은 무엇일까입니다.

당사자에게 여쭤 얻은 원칙

은둔·거부 당사자를 더 잘 아는 사람은 그 상황을 겪어본 적 없는 사회사업가보다는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 있는 당사자겠지요. 물론 모든 당사자가 다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사업가가 문밖에서 아무리 궁리해도, 문 너머 집안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다른 당사자가 아주 조금은 더 당사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관련하여 배움터 아티클에 한 선생님께서 본인 경험을 댓글로 남겨주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오랜 시간 노력해서 마침내 은둔·거부 당사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때 당사자께,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당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겠는지 여쭸습니다. 당사자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문을 열어 주지 않아도,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이 찾아와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겠다. 같은 사람과 같은 목소리를 자주 접하면 마음이 안정된다.

이 말씀이 꼭 정답은 아니므로 모든 당사자에게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사회사업가는 세 가지 원칙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동일한 방문 시간, 동일하게 찾아가는 사람, 동일하게 건네는 목소리입니다. 이 세 가지 모두 당사자를 찾아뵙는 방식에 관련된 겁니다.

©️Bruno BD

시작은 동일하게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와 관계를 맺을 때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자주 찾아가 익숙해지는 겁니다. 당사자도 자주 접하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주 접할 방식으로 같은 사람, 같은 목소리, 같은 시간을 말씀하셨습니다. 자주 가더라도 시간, 사람, 목소리가 매번 다르면 당사자는 다음 방문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언제 누가 문을 두드릴지 모르니 방문 때마다 놀라고 불안해질 수 있겠습니다.

반면, 시간이 같으면 당사자는 언제쯤 사회사업가가 올지 알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이전과 같으면 결국 누가 올지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목소리가 같으니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그 사회사업가가 또 왔음을 압니다. 세 가지가 다 같을 때 당사자는 예측 가능해지고 훨씬 부담을 덜 수 있을 겁니다.

특정 시간이 되면, 그 사회사업가가 동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는 걸 알면, 당사자는 놀라지 않을 수 있고 마음도 준비되어 편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다고 반드시 대답하시거나 문을 여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나중입니다. 당사자와 처음 만날 때는 당사자가 안심하는 게 먼저고 대답은 나중 일입니다. 따라서 사회사업가는 방문 횟수를 늘려 자주 찾아뵙도록 노력하되, 가능하면 동일한 시간, 사람, 그 사람의 동일한 목소리를 들려드리면 좋겠습니다.

동일해서 안심하도록 돕는 네 가지

이 원칙을 적용하면 사회사업가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첫째, 방문 요일과 시간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처럼 말입니다. 다만, 사회사업가가 꾸준히 지킬 수 있는 시간으로 정합니다. 그렇게 요일과 시간을 정해 꾸준히 방문하면 당사자는 화요일 아침이면 사회사업가가 오는 날이라고 여길 겁니다. 반면 지키기 어려운 요일과 시간을 정하면 사회사업가가 방문 시간을 자주 바꾸게 되고, 그만큼 당사자는 예측할 수 없어 불편하실 수 있겠습니다.

둘째, 담당 사회사업가 본인이 직접 갑니다. 사람이 바뀌면 목소리도 바뀝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더라도 같은 사람이 꾸준히 올 때 당사자가 그 목소리에 익숙해집니다.

셋째, 인사말을 정해 매번 같은 말로 인사합니다. 예를 들어 ‘○○님, ○○기관 ○○○입니다, 오늘도 들렀어요’ 하고 시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목소리에 말도 매번 같으면 당사자는 인사만 듣고도 늘 오던 그 사람임을 알 겁니다.

넷째, 문을 열지 않아도, 대답이 없어도 같은 방식을 오래 이어 갑니다. 은둔·거부 당사자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대답 없는 날이 이어지면 사회사업가는 방식을 바꿔 보고 싶기 마련입니다. 시간을 옮기거나, 다른 말을 건네 보거나, 더 자주 가 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꾸면 당사자는 다시 예측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응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며 같은 방식으로 찾아뵙는 걸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결국 당사자의 시간에 맞춰 사회사업가가 조급해하지 않고 재촉하지 말자는 겁니다.

은둔·거부 당사자를 찾아뵐 때, 그렇게 초기 만남을 어떻게든 가지려 할 때 사회사업가는 이렇게 저렇게 자꾸 바꿔서 시도하기보다 똑같은 방식으로 당사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반복하며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문을 열지 않으시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