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브랜드를 추구하면서 순환보직?: 방향과 방법이 어긋나지 않아야
왜 순환보직이 중요했을까요
복지기관에서 “업무를 두루 살펴야 성장할 수 있다”며 순환보직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회계는 꼭 알아야 한다는 말도 흔히 들립니다. 그런데 왜 순환보직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졌을까요? 기관 내 업무 전반을 다 알아야 정말 성장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성장해서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건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해야, 그동안 복지기관에서 왜 순환보직을 중시해 왔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목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조직 내 승진이 성장의 증표였던 시절
과거에는 성장의 증표가 조직 내 승진이었습니다. 내 정체성은 개인 브랜드로서 독립적인 게 아니라 조직 브랜드에 종속되어 있었죠. 조직이 곧 나였고, 누군가 “뭐 하세요?”라고 물으면 “어느 조직에서 일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게 곧 성장의 증거였습니다. 그렇다면 더 높은 위치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직 내 상황을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전반을 알아야 가능합니다. 이렇게 보면 그간 왜 순환보직을 강조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순환보직을 강조한다는 건, 성장이란 곧 조직 내 상급자로 올라가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독주 연주자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특정 악기만 다룰 수 있다면 역량이 떨어지겠지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지휘자는 아무런 악기도 갖고 있지 않고 그저 지휘봉만 들고 있습니다. 특정 악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각각의 전문적 악기를 조율하는 전문가니까요.
상상을 하나 해볼게요. 만약 세상의 모든 공연장에서 오로지 오케스트라에만 연주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개인으로 악기를 잘 다뤄도 결국 연주하려면 오케스트라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면 성장하고 좀 더 안정적으로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 안에서 해당 악기 파트의 파트장이 되려고 하거나, 더 높게는 지휘자가 되려고 노력하겠지요. 이럴수록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져서 오케스트라에 속하지 않아도, 독주 연주자도 공연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면 어떨까요? 경로가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내 전공 악기를 더 수준 높게 연마하는 방법도 있는 거죠. 후자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오히려 방해될 수 있습니다. 독주 연주자에게는 덜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방향과 방법이 어긋나지 않아야
앞으로 세상이 좀 더 경량화되고 1 인화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영리 회사에서는 순환보직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아니, 사실 순환보직이 거의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개인 브랜드가 중요해지고 조직에 종속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복지현장은 아직도 순환보직이 직원을 성장시키는 방향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전제를 생각하지 않고 관성으로 판단하면 이런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특정 실천 분야의 개인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순환보직은 오히려 적합한 방식이 아닙니다. 물론 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경영자의 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면 순환보직이 여전히 적합하겠지요.
결국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순환보직이 나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맥락 정도, 예를 들어 복지기관 유형이 어떠한지, 요즘 복지계 흐름 정도는 알아야 개인 브랜드 실천 활동에도 도움이 되겠으나, 독주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지휘자 훈련 과정을 밟는다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방법이 어긋나는 것일지 모릅니다.
